'열심히 빚 갚는데...' 금융지원 '형평성' 논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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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빚 갚는데...' 금융지원 '형평성' 논란 이유는?
정부가 저신용 청년의 채무 상환을 돕기 위해 발표한 제도가 공정성・형평성 논란과 사회적 비용 증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 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민간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언급했다.
논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고려 대상에 "자산가격 조정에 따라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투자 손실 등으로 애로가 큰 저신용 청년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신설하고 관계기관 간 협업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위원회가 9월 하순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이 제도는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 이하) 청년이 연체하기 전에도 이자 감면과 상환 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금융위는 청년 4만8000명이 1인당 연 141만원~263만원 정도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계산하면 총 676억8000만원~1262억4000만원 규모다.
왜 개인의 투자 실패까지 책임지나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조치가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에 어긋나며 성실 상환자를 역차별해 공정성・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사업처럼 생계 그 자체가 아닌 애초에 위험 부담이 높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것이다. 또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성실하게 대출을 갚아나가는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장 평범하게 지내는 사람이 모든 걸 떠안고 가야 하나", "평생 카드값이나 세금 연체 한 번 안 한 사람들도 대출은 있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혜택을 특정 연령층의 투자자로 제한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에서 밝힌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 투자 연령별 비중을 보면 ▲20대 이하 24% ▲30대 이하 31% ▲40대 이하 27% ▲50대 이하 14% ▲60대 이상 4% 수준이다.
주식 투자자의 경우 평균 연령대가 더 높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21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연령별 개인 주식 소유자는 40대가 317만 명(2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21%), 50대(20%), 20대(15%) 순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BBC에 "'청년'이기 때문에 신용평가 시스템상 받는 불이익이 있다"며 "신용 기록이 많지 않고 미래 소득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최하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은행별 공시에 따르면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등급에 따라 최소 3%대(1~2등급)에서 15%대(9~10등급)까지 차이가 났다.
하 교수는 "예를 들어 정부가 3~4% 금리가 20%대로 치닫는 등 상황이 지나치게 악화하는 것을 막는 수준에서의 대안을 제시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신용도 높은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내는 수준은 누구든지 내는 것이 맞고 그렇지 않으면 특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전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원금 탕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채권의 일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는 제도"이며 "기존에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을 엄격히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은 사회적 비용?
이번 조치가 주식・코인 투자로 손실을 본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개인 회생 시 갚아야 할 돈에서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제외하겠다는 서울개인회생법원의 발표와 맞물려 투자자 손실이 일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권이 이자 감면 등의 조치로 인한 손해를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다른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앞서 서울개인회생법원은 이달부터 개인회생 신청자의 변제금 총액에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개인회생이란 일정 소득이 있는 개인이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3~5년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앞으로 청산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인 재산에 주식과 가상화폐 손실금을 포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은행이 변제금을 받지 않는 거지만, 결국 은행은 나머지 사람들의 대출을 받아서 이익을 내는 구조"라며 다른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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