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독촉을 대하는 자세...“숨지 말고 채무조정 사실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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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독촉을 대하는 자세...“숨지 말고 채무조정 사실 말하라”
지난 4개월 동안 카드론,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했습니다. 계속 인상되는 금리와 카드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 주 금요일 카드대금을 결제하지 못하고 연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금요일이 결제일이면 토요일부터 연체에 빠지는 것일까요? 연체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월요일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극도의 불안감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채무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요즘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8일 발표한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 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 금리의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올해보다 17조4000억원 커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이 낮거나 다중 채무자들의 연체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사례의 금융소비자 A씨도 그런 경우다. 토요일은 영업일이 아니므로 A씨는 월요일부터 문자 등으로 상환독촉을 받게 된다.
<이코노믹리뷰>는 성실했지만 불운한 채무자의 빚 고민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빚 고민 상담소]를 연재하고 있다. 조기에 빚 조정하는 제도를 안내하고 더 빚을 지거나 악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 연재의 목적이다.
다만, 채무조정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제도를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조언한다. 그것은 빚을 대하는 채무자의 마음가짐이다. 빚 독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악성채무를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두려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일부러 채무를 지고 빚 고통에 빠지고 싶은 금융소비자는 없을 것이므로, 연체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처음 겪는 일’인 경우가 많아서다. 그 처음이 두려움을 주게 된다.
실제로 연체가 시작되면 어떤 일부터 생기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만큼 공포스런 상황인지 알 필요가 있다. <이코노믹리뷰> [빚 고민 상담소]에서 A씨의 채무조정 과정을 따라가 봤다.
◆ 빚 독촉의 시작과 끝
연체 한 달 전. A씨는 한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개인회생을 상담하기 위해서다. 불규칙한 소득이 문제였다. 받아야 돈이 제날짜에 입금되지 않으면서 더는 돌려막기가 가능하지 않게 됐다. 연체의 위기에서 A는 개인회생을 선택했다.
연체가 시작됐다. 일주일간 입금날짜를 알리는 문자가 계속 왔다. 일주일이 지나면서 문자의 내용이 바뀌었다. ‘채권팀으로 채권이 넘어갔으며 향후 법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3주차가 되면서 추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역시 법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개인회생을 준비하고 있던 A씨는 이 무렵 채무가 있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채증명서를 발급받고 있었다. 부채증명서는 개인회생 신청서에 첨부해 채무를 증명하는 서류다.
A씨가 부채증명서를 발급 받으면서 독촉전화의 양상이 바뀌었다. 부채증명서를 발급한 금융회사들은 채무 독촉이 아니라 개인회생의 접수 사실을 알려달라는 취지로 전화를 했다.
A씨가 개인회생을 법원에 접수했다. A씨는 그 사실을 독촉전화가 왔던 채권금융회사에 알렸다. 이후 더는 채무 상환을 재촉하는 전화는 없었다.
연체 첫주차에 전송됐던 A씨의 휴대전화 문자 중 일부.
연체 첫주차에 전송됐던 A씨의 휴대전화 문자 중 일부.
◆ “채무조정 했어요”...적극 알려야 빚 독촉 덜해
연체가 임박한 채무자는 때론 사채에 손을 대기도 한다. 연체상황이 두려워서다. 그렇게 받은 사채는 역시 기존에 돌려막던 채무를 변제하는 데 이용된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사채는 곧 가혹한 고리대금으로 돌아온다.
반면 A씨와 같은 채무자는 사채나 대부업체를 찾기보다는 개인회생과 같은 채무조정을 선택했다. 개인회생 접수 후에도 A는 빚 독촉이 두려웠지만, 오히려 채무조정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채권자들은 의외로 추심하지 않았다.
이유는 이렇다. 빚 독촉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추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조치다. 추심은 문자, 문서, 전화 등으로 채무 상환을 독촉하는 것을 말한다.
법조치라는 단어는 포괄적이다. 포괄적이어서 모호하다. 다만 그 어감에서 오는 압박감은 적지 않다.
채권금융회사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는 법조치는 곧 강제집행을 의미한다.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은행계좌 또는 급여를 압류하거나 부동산 압류 후 경매를 진행시키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집안의 물건이 압류될 수도 있다. 물건의 값은 얼마 나가지 않지만, 집행과정에서 가족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채무자의 압박감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강제집행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판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급명령 결정신청이나 대여금 반환 청구 등이 그것이다. 채무자가 이와 같은 소송에 적극 참여하면 재판절차는 수개월이 걸린다. 강제집행 시기도 그만큼 지연된다.
재판이 끝난 후에도 강제집행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무슨 재산을 가졌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을 쓰게 된다. 흔히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을 정확히 알기 어려워, 시중은행의 계좌를 투망식으로 압류하게 된다. 예컨대 1000만원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100만원씩 잘라서 무작위로 10곳의 시중은행 계좌에 압류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연체한 채무자들은 대체로 재산이 없다.
집안 물건을 압류하는 것(유체동산압류)은 채무자에게 치명적이지만, 채권금융회사가 이 절차를 밟는 경우는 드물다. 채권금융회사가 ‘약탈적 금융’이라는 오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채권금융회사가 이와 같이 법조치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채권이 회수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채권자들은 다시 돈과 시간을 들여 재판과 강제집행까지 해야 한다.
채무자가 이런 상황에서 제도권의 채무조정 제도를 선택했다면 채권자는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추심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채무조정이 완료된 채무자에 대해서는 채권자가 법적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조정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 변호사는 “채무자가 제도권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채권자가 재판을 통해 강제집행을 할 실익이 없어진다”며 “이 때문에 채권 금융회사들도 빠른 시일 내에 채무조정이 신청된 채권으로 분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이어 “실무에서는 사건이 접수된 후 채무자가 사건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채무조정 신청 사실을 채권자에게 알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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