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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빼 빚갚았다” 고금리에 창업 뼈저리게 후회 ‘자영업 혹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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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빼 빚갚았다” 고금리에 창업 뼈저리게 후회 ‘자영업 혹한기’ 


고금리에 따른 ‘자영업 혹한기’ 지속
자영업자 대출 최초 1000조원 돌파
124만명 이상 한계에 몰렸다는 분석도
소비 전망도 막막…추가 대출도 어려워
정부 정책은 ‘실효성’ 논란 지속
“어려움 계속될 것” 어두운 전망만
 


#서울 마포구에서 3년째 음식점을 운영한 A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지속된 적자로 운영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미 올 초 고용했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터라 고정지출을 줄일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코로나를 거치며 받아온 1억원 상당의 대출 상환이 내년에 시작된다”며 “결국 이자 상환도 힘들 것 같아, 장사를 접고 취직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창업을 후회하고 있다. 2년 전 퇴직금을 바탕으로 가게를 열었지만, 적자가 나지 않은 달은 드물다. 최근에는 이자 부담에 허덕인 끝에 전세금을 빼 1억원 가량의 빚을 갚기도 했다. B씨는 “코로나가 회복되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대출을 받았지만, 지금은 일찍 가게를 접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이제는 파산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금리 시대, ‘자영업 혹한기’가 지속되며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늘어난 대출이 목을 조이는 데다 소비 활력도 회복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치솟는 금리에 대출 문턱도 높아져 추가 자금을 마련할 길도 좁아졌다. 심지어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경기 둔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1000조’ 시대…코로나19 기간 300조 이상 늘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말 자영업자대출은 1014조2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3%가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도 나타났다. 여기에는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팬데믹 전인 2019년 4분기(684조9000억원)이후 약 3년간 300조 이상(48%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또한 거세졌다. 지난 9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기준금리 3%를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소상공인이 124만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최소 124만명 이상의 소상공인이 한계에 몰려있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매출 회복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펜데믹 시기,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감당한 요인 중 하나는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올 초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반짝 부활했던 소비심리는 다시금 추락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이 시작된 탓이다.

실제 한은의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0으로 지난 1월(104.4)에 비해 약 17포인트 감소했다. CCSI는 7월 86까지 떨어진 이후 9월(91.4)까지 반등했지만, 최근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가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추가 대출을 받아 필요 자금을 충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출금리가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차입 상황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반면, 비교적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은 28.7%가량 늘었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금리 조건은 악화됐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도 ‘딜레마’ 직면…“정책 수위 조절이 관건”

정부에서는 꾸준히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3년간 지속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정책금융의 조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적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실제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의 목표 금액(8조5000억원) 대비 대출 실행액은 2.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 탕감’ 논란과 함께 나온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도 마찬가지다.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 조정액은 지난달말 기준 1조7489억원으로 목표액(30조원)의 5.8%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조건을 완화하기도 어렵다. 부실 위험이 우려되는 탓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분기 기준 0.19%로 낮은 수준이지만, 정책에 의한 통계 착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총 다섯 차례 연장한 바 있다. 한은은 내년 말 정부의 금융지원 효과가 사라질 경우, 총 39조원의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여기에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역대 6번째로 낮은 1.6%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며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중 경기가 회복돼 부채 상환 능력이 회복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전망대로라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부채를 탕감해줄 수도, 무작정 부채를 보증해줄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자영업자 채무의 부실 정도를 파악해 지원 정책의 수위를 조절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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